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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창(國唱) 송만갑 <5>

내가 서른이 막 넘었을 때니라. 조선팔도를 울리던 아부님의 소리가 조금씩 갈아앉고 있을 때였니라. 어디서 무슨 소문을 들으셨는지, 하루는 아부님이 물으시더구나. 만갭아, 네가 요짐 소리에 참기름얼 치고 댕긴담서? 허고 말씸이니라.”

“소리에 참기름얼 쳐요?”

이화중선이 불쑥 물었다. 콩나물 무침도 아닌데, 소리에 참기름을 치다니?

“소리럴 쪼깨 뽄나게 부른다는 소리제. 너도 알다시피 동편제 소리가 어떻드냐? 쩌그 뱃속 아래아래에서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통성이 아니드냐? 그래서 소리가 돌뎅이처럼 무겁지 않드냐? 지리산 상상봉에서 집채만헌 바우덩이가 굴러내리듯이 힘차고 웅장헌 소리가 아니드냐?”

“제가 멀 알겄습니까만 그런 것 같든디요.”

“헌디, 쩌그 경기도나 전라도 아랫 쪽 소리넌 안글거든. 소리가 우작시럽지 않고 뽄때기가 있어야. 곱기도 허고 억지로 기교럴 부리기도 허고. 헌깨 듣는 사람이 좋아허거든. 내가 스물 예닐곱 살 묵었을 때였을 것이니라. 서울 조선극장에서 명창대회가 있었는디, 이동백 명창도 나왔었니라. 헌디, 이명창의 풍채가 오직이나 좋으시냐? 거그다 소리꺼정 잘 허시니, 청중들이 난리가 났제. 또한 서울의 소리 잘허는 기생들이 고운 옷 입고 나와 춤얼 춤서 경기민요럴 멋들어지게 불렀구나. 내 차례가 거즌 끝번이라서 그 소리럴 다 듣고 있었는디, 허는 소리마다 참 곱고 청중들의 심금얼 팍팍 울리드란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올라가서 소리를 허게 되았는디, 그때만 해도 내가 순전히 촌놈이었제 멋이냐. 얼굴도 부자집 상머슴처럼 우락부락헌데다가 서울에는 이름도 안 알려진 촌놈이 등장헌깨 저놈이 먼 소리럴 허겄다고 나왔을꼬? 허고 눈만 뻔히 뜨고 바라보기만 허드란 말이드라. 내가 적벽가럴 불렀는디, 소리 한 대목이 끝나도 박수가 안 나오지 머겄냐. 내가 서울꺼정 큰 맴얼 묵고 갔는디, 모처럼 슨 무대에서 재창언커녕 박수도 못 받았구나, 생각헌깨 새삼 오기가 생기드라. 혀서 내가 염치불구허고 새타령을 한 대목 안 불러뿌렀냐? 재창주문도 안 나왔고, 한 대목 더혀돌라는 사회자의 부탁도 없었는디, 내 자작으로 그래뿌렀니라. 너도 알랑가 모르겄다만 내가 새타령을 험서 뻐꾸기 소리럴 내면 산너머 뻐꾸기란 놈이 지 동무가 그러는 줄 알고 화답을 헌단 말이니라. 허니, 서울 청중덜이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진짜 뻐꾸기 소리겉은 내 소리에 얼매나 환장얼 혔겄냐? 그제서야 우레겉은 박수가 터져나오드구나. 청중덜언 내 적벽가럴 몰라 주었지만, 다행이 심사허던 분언 알아주어서 일등언 혔니라마는, 그것이 내가 소리에 참기름얼 치게된 계기가 되았니라. 아부님언 그걸 못 마땅해 허셨고...”

“아무리 그렇다고 자식을 독살시키려는 아부지가 어딨습니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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