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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보내는 편지조성실/ 이용호 국회의원 비서관, 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남원의 풍광(風光)을 애정한다

 

얼마 전,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었다. 뒤척뒤척하는 아이들을 양 팔에 한 명씩 껴안고 누워 있는데 큰 아이가 갑자기 대단한 사실이라도 깨달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있잖아. 뭐니 뭐니 해도 우리집이 최고야, 그치? 아무리 좋은 데를 가도 결국 우리집이 제일 편하고 좋더라” 그러더니 저가 가장 아끼는 이불 속으로 스스로 돌돌돌 말려 들어간다.

일곱 살 아이의 가르침에 아빠도 엄마도, 이제 막 4살이 된 동생마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맞장구를 쳤다. 끄덕끄덕, 맞다 맞다 추임새를 넣어주면서도 그 순간 나는 아이들 몰래 마음 한켠으로 또 하나의 우리집을 떠올렸다.

아이에게 엄마인 내가 있듯 내게도 엄마가 있다. 인생의 삼분의 이 가까운 세월을 어쩌면 본인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엄마로 더 많이 불려온 사람, 바로 그 엄마의 숨결과 손길이 묻어있는 나의 집. 남원을 떠나 산지 만 13년차에 접어들고 분가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 온지 7년차에 접어드는 요즘까지도 누군가 내게 집이 어디냐 물어올 땐 무의식적으로 ‘남원’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인생의 고비 고비 삶의 과제가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그야말로 힐링 푸드가 간절한 순간 앞에 설 때면 이상하게도 엄마와 함께 산책하던 요천강가가 떠올랐다. 여의도 한복판 만개한 벚꽃 길을 걸으면서도, 동네 어귀를 산책하는 와중에도 여지없었다. 그건 아마도 내게 ‘남원’이, 엄마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넘어서 엄마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기관지와 인터뷰를 하던 와중이었는데,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제 속도와 소신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인터뷰에 응하는 나로서는 꽤 기분 좋은 질문이었다. 대한민국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시절을 주제로 인터뷰가 흘러가던 참이었다.

약간은 쑥스러운 마음으로, 그러나 단호하게 내가 답했다.

“남원에서 나고 자라온 십 오년의 세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정말이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지리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도시 한 가운데를 유유히 가로 흐르는 요천의 정취, 서로가 서로에게 부단히 연결된 지역 사회의 모습까지, 인생을 한편의 영화로 빗댄다면 내게 남원은 마치 그 영화의 서막을 열고 채우는 수려한 OST 같은 존재일 것이다.

풍광(風光).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을 일컫는 단어, 동시에 사람의 용모와 품격을 일컫는 말이다. 자고로 사람의 용모와 품격이란, 자기가 속한 사회의 경치를 닮아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르는 요천을 따라 걷는 게 좋았고, 그 흐름에 맞춰 인생의 박자를 채워가는 남원 사람들의 풍광을 애정했던 것 같다. 서울에 몸담고 있는 지금의 나 역시 여전히 그 풍광의 하나란 사실을 고백하면서, 여전히 남원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연약해져만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어쩌면 남원 역시 노령화 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채 느려져만 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언제나 변함없이 엄마의 품처럼 나를 보듬고 반겨줄 곳 남원.

엄마의 집, 그리고 나의 집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또 다른 우리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 마음을 어찌 알아챘는지 종종 아이들이 나를 붙잡고 보채댄다.

“엄마, 도대체 할머니 집에 또 언제 갈 거야!”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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