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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제’ 탄생시킨 춘향영정 아직도 박물관 수장고에.김양오 역사동화 ‘도자기에 핀 눈물꽃’ 저자

 

 

 

 

 

 

 

“남원시 최고 원로들, 1931년 사당이 지어질 때 봉안한 최초 영정이 역사다!”

타임머신을 타고 잠깐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시대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이고 장소는 남원이다. 1929년은 전국에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딱 10년 되는 해였다. 그때 신간회, 청년회, 형평사 같은 전국의 독립운동 단체들은 제 2의 만세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초에 전국의 조직망이 긴밀히 움직였는데 남원에도 이 단체들의 지회가 모두 있었다. 하지만 신간회에서 보낸 격문과 경고문이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발각되면서 일제는 독립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하게 되고 모든 단체는 와해의 길을 걷는다. 그것이 1929년 3월이다.

그 때 남원에는 특별한 여성이 한분 계셨다. 남원예기권번 수기생이었던 최봉선이다. 최봉선은 신간회 부회장과 총무을 맡고 있던 이현순과 청년회 회장이었던 정광옥, 권번 판소리 선생이었던 이백삼, 큰집한약방 강봉기를 비롯해 남원의 뜻있는 지사들과 함께 춘향사당을 짓기로 결의한다. 이 일에는 남원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국의 예기권번 기생들을 대거 참여시켜서 2년 동안 준비한 뒤 1931년 첫 제향을 지냈다. 이것이 춘향제의 시작이다.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춘향문화선양회에서 발간한 춘향제 60년사에는 ‘일제하에 잠든 민족혼을 깨우쳐 주면서 춘향정절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 민족 모두의 가슴 속에 뿌리내려...’라고 적고 있다. 즉 민족말살 정책으로 우리말과 글, 판소리를 비롯한 문화와 얼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춘향이의 변사또에 대한 항거정신을 일제에 저항하는 항일정신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그 영정이 대표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영정에게 두 번이나 쫓겨나 60년 동안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작년에 그 사실이 확인됐고 남원시는 바로 봉안하려 했었다. 그러나 최초영정이 춘향이 답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직도 수장고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정은 인생의 후반기 모습을 그리는 게 상식이다. 춘향이가 변사또에게 대항했던 17세 때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춘향전의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어사부인 또는 정열부인’으로 그리는 게 맞다.

엄혹한 시절 사당을 짓고 특별히 위패가 아닌 영정을 봉안한 선조들이 왜 영정을 아가씨 춘향이가 아니라 부인의 모습으로, 그것도 평범한 기생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렸는지 그 뜻을 깊이 연구해서 알아보는 것이 후손의 자세다. 그 어떤 유물도 현대인의 눈으로 판단해서 바꾸지 않는다.

33년 동안 남원예총 회장을 맡으셨으며 ‘남원항일운동사’를 집필하신 윤영근 전 예총 회장님과 남원 역사와 관련된 큰일을 가장 많이 해오신 노상준 전 문화원장님도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사당건립과 함께 봉안됐던 최초 영정이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역사라고. 이분들만큼 남원 역사를 잘 알고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안목이 높은 사람이 또 있을까? 어느 대학 교수가 이분들만큼 남원의 역사를 잘 알고 이해할까?

그리고 또 한분이 계신다. 춘향제를 가장 앞장서서 만들고 전 재산을 헌납하신 최봉선 선생의 후예 장봉녀 선생님이다. 장봉녀 선생님은 남원국악원의 초대 이사를 지냈고 전국 최초의 여성농악단에서 상쇠를 맡으셨던 분으로 최초 영정이 봉안되어 있던 1961년까지 최봉선 선생과 함께 사당에서 제향을 지냈던 유일한 생존자다.

그 분께 물었다.

“혹시 최초 영정과 최봉선 선생님이 닮았나요?”

“어데~~ 하나도 안 닮았어. 누가 그래?”

최봉선 선생이 끝까지 영정을 지키려고 한 것이 자신의 모습을 그려서일 거라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씀이다.

더 이상 춘향제를 만드신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모욕하지 말고 최초 춘향영정을 봉안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춘향정신과 최봉선 선생을 선양하는 일이고 대한민국 근대 지역축제의 원조인 춘향제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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